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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1
한동안 비가 와서 시원해지나 싶더니 오늘 다시 찌는 날씨로 되돌아와버렸다.
이런 날 감기에 걸리니 견디기가 쉽지 않다.
얼굴은 화끈거리는데다 코는 막혀서 정신까지 멍해졌다.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어서 열을 식혀주면 좋겠건만....
대기가 마치 점액질로 이루어진 것 같다.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차 한대가 쓰윽 쓸고 지나간 자리를 끈끈한 공기가 쿨럭거리며 메워들어간다.
나는 50여미터를 앞질러 걷고 있었다.
나는 누구로부터?
내가 저만큼 가는데 따라잡을 길이 없다.
따뜻한 젤리가 흐르는 강 속을 헤엄치는 것만 같았다.
저 멀리 나를 보며
이것은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니야!" 라고 외친 순간
외쳤던 자신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