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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분양에 대한 생각
    heretic 2018. 1. 26. 14:58

     

     지지난 초겨울, 한 캣맘이 유기견을 데려왔다. 길냥이들 사료를 먹고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열살은 넘어보였는데 양쪽눈 모두 백내장이 진행중이었고 모든 치아의 마모가 심했으며 무릎이 좋지않아 보행자세가 불안했다. 사진에 보듯이 전신탈모와 피모불량이 심했다.

     

     

     유기견 생활을 오래 했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발바닥 패드가 부드럽고 얼굴털이 깨끗했다. 집을 나온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검사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되었다. 갑상선과 같은 호르몬기관의 문제는 탈모와 피부변성을 유발한다.

     배 정중앙에 큰 흉터 또한 발견되었다. 개복수술 자국으로 보이는데, 절개선이 크고 비틀려있으며 봉합의 간격과 길이도 일정치 않다. 피부절개를 지그재그로 했다기보다는 봉합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저런 흉터가 남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절개선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개복수술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젖꼭지를 보면 출산과 수유 경험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선은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 이유는 갑상선문제 때문이다. 이 질환은 불임을 유발한다.

     결론적으로 이 개는 강아지생산을 위해 제왕절개를 반복해왔고, 불임으로 경제가치가 사라지자 버려졌다...고 나는 강력히 추정한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을 먹으면 된다. 투약을 시작하고 보름쯤 지나서 새로운 털이 나기 시작했다.

     

     한달 더 지나니 예쁜 외모를 가진 포메라니언이 되었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성격으로 변한다. 처음 왔을 때 이 개도 그랬지만 치료를 시작하고서 활동량이 많아지고 쾌활한 성격이 되었다. 만져주는 거, 안아주는 거 좋아한다. 평생 학대를 당하고서도 사람에게 자꾸 안기려고 한다.

     몸상태가 회복되고나서 더 오래 살라고 중성화수술을 해주었다. 자궁과 난소가 첫 발정이 오기전 강아지만큼 작아진 것이 확인되었다.

     분양목적으로 개를 교배할 수는 있다. 수요가 항상 있으므로 인위적으로 금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학대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저 수술자국은 단연코 수의사가 한 것이 아니다. 자격이 없는 자가 돈을 벌기 위해 개의 배를 가르는 행위는 처벌받아야한다.

     티비에 방영된 강아지공장의 실상은 충격과 많은 분노를 일으켰다. 보도이후 일부 농장은 폐업했고 잘 나가던 경매장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폐업한 경매장은 시설이나 위생상태가 가장 좋은 편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대기업과 관련되어있다보니 회사이미지문제로 폐업압박을 받은 것 같다.

     가정에서 낳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기초접종을 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데리고 오는 새끼들 중 상당수가 가정에서 분양받았다고들 한다. 그러게,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학대를 없애려면 가정분양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일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가정견을 분양받은 직후 동물병원에 내원한 강아지들 중 상당수가 귀진드기를 가지고있다. 특히 요즘에 더 많아져서 반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어린 강아지의 귀진드기는 대부분 어미에게서 옮는다. 그런데, 집에서 사는 보통의 개가 귀진드기를 가지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가정견인줄 알고 분양받은 강아지의 상당수는 농장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가정견 분양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설령 진짜 가정견이더라도, 브리딩에 대해 아무 지식이 없는 사람이 교배를 하는 것은 또한 동물학대다. 교배와 출산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며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아무나 '우리 애기가 예쁘니까 새끼 한번 빼려고' 교배를 해서는 안된다. 품종견은 유전질환이 많아서 (물론 그것도 형질유지를 위해 근친교배를 반복한 사람의 잘못이지만) 번식을 엄격히 제한해야한다.

     안타깝게도 보통의 보호자들은 물론이고 자칭 브리더들도 교배에 관한 기본지식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농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부분 경매장들도 성업중이다. 수요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0만원짜리 값싼 '순종견'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개를 '구입'하기를 권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기견센터에서 분양받는 것이 훨씬 낫다. 그곳에는 수의사에 의해 질병관리를 받고 중성화와 백신을 마친 '온순한' 개들이 있다. '사나운' 개들은 애초에 분양하지 않는다. 유기견을 분양하는 입장에서 사교성이 나쁜 개를 분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보호자는 '우리개는 2백만원이 넘는 좋은 개예요'라고 자랑한다. 언뜻보기에 '작고 귀여운' 개이지만, 사실 수의사 입장에서는 부정교합, 슬개골탈구, 고관절이형성, 판막부전 등등 종합 유전질환 덩어리일 뿐이다. 한편 어떤 수의사에게는 큰 기회이다. 큰돈 들여서 산 우리 귀한 강아지, 아프면 백만원이든 천만원이든 아깝지 않으니까.

     사람이 능력이나 배경에 의해 계급화되는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더 개들은 태생에 의해 더 계급화되어있다. 그런데 수의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 계급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 자기 개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저 자신의 '비싼' 강아지를 자기 능력을 증명하는 악세사리로 여기는 그 심리가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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