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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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에 관한 썰heretic 2021. 10. 28. 02:49
https://youtu.be/yEPgqn5f1uk 매트릭스4가 나온다길래...... 그냥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던 매트릭스는 알고서 보면 꽤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만든 영화이다. 영화 전체가 주제에 부합하는 온갖 은유와 상징의 향연인데 사실 그걸 모르고 보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편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2편부터 감독들이 기술을 넣기 시작해서 혼돈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논란의 장면이 현실의 네오가 맨손으로 센티넬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헉 이중매트릭스였어?'라고 생각하다가, '이미지와 현실은 구분되지 않는다는' 시물라시옹스런 철학과 연관지어 사실은 네오가 매트릭스를 넘어 기계세상의 본질마저 깨닫고 그들을 조종할수 있게 되었다는 결론에 짓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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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6heretic 2020. 12. 2. 07:02
나는 고교서열이 크지 않던 평준화 세대이다. 내 모교는 심지어 그전까지 후기고였다. 당시 인문계고등학교 학업분위기나 상위권대학 진학률은 대체로 비슷했다. 내 대학동기 중 반정도는 지방출신이었고 특별히 어느지역이나 계층에 치우쳤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러한 환경이 원인이었는지 나는 미래의 교육은 점점더 기회의 평등을 실현해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았다. 시골아이들이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일찍 집을 떠날 필요가 없는 방향으로 진보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순진하게도. 한편 출신대학으로 사람의 가격을 매기는 저급한 문화현상은 90년대초 '치맛바람' 열풍이 상징하였듯, 어렵고 불행했던 우리 근현대사가 교육계에 지려놓은 피오줌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웬걸, 세월이 갈수록 입시제도는 빈부격차보다도 빠르게 학생들을 위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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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heretic 2020. 12. 2. 07:01
감각은 사고를 속박한다. 개는 땅바닥을 훑고다니며 후천적으로 근시가 된다. 가까운 사물의 변화에 즉각 반응해야 생존에 유리하다. 따라서 복잡한 인과나 긴 호흡의 사건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고도의 훈련도 단순한 보상체계에 기반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물론 개처럼 단순하지않다. 하지만 생활의 제약은 결국 내게 같은 습성을 요구한다. 관계는 단순해지고 내면도 고정된 틀에 수렴해간다. 분류할 수 없는 속성은 배제해가면서. 마침내 나는 이름없는 객체가 되고 또다시 잊혀질 것이다. 호접지몽을 꾸었다. 아니, 꿈에서 깨었지만 나는 여전히 나비이다. 나비는 종으로서 기억될 뿐이다. 결국 나 역시 개들처럼 거세된 삶을 살아야하는 것일까. 아침이 되고 문이 열렸다. 눈부심 속에서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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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4heretic 2020. 12. 2. 07:00
동물병원에 오는 십대들은 대개 착한 아이들이다. 상투적 수사로 감수성 많은 시절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그들과 대화해보면 동물들의 아픔을 같이 느끼는 마음이 절절히 전해진다. 하루는 마른 체형에 교복을 입은, 순한 얼굴을 한 남학생이 강아지를 데리고 내원했다. 검이경으로 귀를 들여다보니 띠ㅡ용?! 외이염 오지구요 분비물 지리구요 냄새 비리구요 이거 ㄹㅇ 수술각 나오는 부분 ㅇㅈ?? 어 ㅇㅈ 내가 귀청소 안한 부분 ㅂㅂㅂㄱ ㅇㅈ?? 어ㅇㅈ 아목띄실린 염증에바털고 앙기목띄 허리띄 원장님도 ㅇㅈ하시죠? 네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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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0heretic 2020. 12. 2. 06:57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 세상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 믿는다고 밝힌바 있다. 농담같이 들리지만 사실 이 주장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가상세계가 구현될 것이고, 그곳에서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이 생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상세계가 하나가 아닐 것이고 또 그 안에서 이중 삼중의 가상세계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현실세계 하나에 무수히 많은 가상세계들이 공존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맨 처음의 현실세계라고 확신할 근거가 있는가? 없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우리는 지금 가상세계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므로 영자님, 제 인생 초기화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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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1heretic 2020. 12. 2. 06:56
봄이 오니 티비화면에도 나물향기가 가득하다. 나물을 캐는 섬할머니들 얼굴에도 꽃봉오리가 피었다. 음식장만하는 사람들의 손이 바쁘고 표정은 여유롭다. 찌개에서 피어오르는 거품 하나하나가 향기롭다. Pd가 묻는다. "국이 너무 맛있네요. 비결이 뭔가요?" "비결이 따로 읎어. 그냥 손맛이여 손맛." 그 순간 옆에세 국을 젓는 할머니의 눈에서 싸늘한 무엇이 지나갔다. 이윽고 카메라 시선이 냄비속에서 끓고 있는 사람손으로 이동했다. 여행다큐는 그렇게 호러물로 변하는데... 라는 상상을 하며 티비보다말고 피식 웃었다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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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25heretic 2020. 12. 2. 06:55
드라마를 보다가, 인턴사원이 들고있는 서류가 클로즈업된 장면에서 유난히 화려한 네일아트가 눈에 띄었다. 손톱이 키보드에 딱딱 부딪치는 느낌, 혹은 서류에 손톱이 삭 긁히는 상상에 소름이 살짝 돋으면서 "저러면 일하기 불편하지 않나?"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학생이 머리를 단정히 해야지, 너처럼 긴 머리에 신경쓰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겠나."라며 무공감 조언을 면전에 쏟아내던 아주 오래전 어느 친척 어르신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지금 그 비슷한 말을 하려는 내 자신과 오버랩되자 정신이 번쩍 들어 순간 입을 닫았다. 내 비록 배나온 아저씨일지라도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불현듯 떠올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척 어르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