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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매트릭스에 관한 썰
    heretic 2021. 10. 28. 02:49

    https://youtu.be/yEPgqn5f1uk

     매트릭스4가 나온다길래......

     그냥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던 매트릭스는 알고서 보면 꽤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만든 영화이다. 영화 전체가 주제에 부합하는 온갖 은유와 상징의 향연인데 사실 그걸 모르고 보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편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2편부터 감독들이 기술을 넣기 시작해서 혼돈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논란의 장면이 현실의 네오가 맨손으로 센티넬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헉 이중매트릭스였어?'라고 생각하다가, '이미지와 현실은 구분되지 않는다는' 시물라시옹스런 철학과 연관지어 사실은 네오가 매트릭스를 넘어 기계세상의 본질마저 깨닫고 그들을 조종할수 있게 되었다는 결론에 짓기도한다. 분명 영화의 주제에 부합하는 해석이지만 뭔가 시원찮다. 깨달음을 얻어 대현자가 되었다 한들 와이파이능력은 그냥 초능력 아닌가? 그렇다면 다중매트릭스가 맞는건가? 그러나 인간의 뇌를 매트릭스에 연결하기 위해 두꺼운 플러그를 꽂아야한다거나,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굳이 유선전화를 찾아다니는 설정을 보면 매트릭스 안이든 밖이든 전송속도의 한계가 분명히 있고 무선연결이나 다중매트릭스로의 확장은 어려울 것 같다. 되짚어보면 네오가 센티넬을 물리적으로 쓰러뜨린게 아니라 자신을 공격 못할 것을 미리 알고 맨손으로 맞선 것이다.

     그전에 네오가 스미스와 합체한 사건 뒤에 스미스가 자기복제능력을 얻었는데 네오 역시 비슷한 능력을 얻었을 것 같다. 네오는 매트릭스 내부에 자신의 사본이나 그 비슷한 것을 남겼고, 현실의 네오가 공격받자 사본이 자기보호를 위해 센티넬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사본은 원본과 구분되지 않는다. 현실의 네오와 매트릭스의 네오사본은 동등한 존재이고 플러그를 꽂았을 때 서로 동기화된다. 스미스가 나중에 그렇게 되었듯이 네오는 이미지와 현실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존재가 되었다. 기계세상의 끝판대장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네오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기계의 시각에서 네오는 통제불가능한 프로그램이고 물리적으로도 파괴할 수 없으며 매트릭스 안과 밖 어디에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네오가 잠든 사이 중간세계에 간 것도 네오사본일 수밖에 없다. 아키텍쳐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아예 수많은 네오들을 대놓고 보여줬었다. 네오가 초능력으로 센티넬을 물리치고 언플러그 상태로 중간세계에 간 것처럼 연출한 것은 결국 감독들의 훼이크였다.

     한편 눈을 잃은 네오가 기계세상을 본 것은 네오의 머릿속 이미지이므로 실제로 본건지 상상한건지 알 수 없다. 네오는 기계세상을 본다기보다는 이미 알고있다. 이는 현실의 스미스를 제압하는 장면에서도 드러나는데, 스미스의 공격을 '보고' 막은것 같지만 사실은 '예측하여' 막고나서 스미스를 보았다. 네오는 오라클의 예측범위를 벗어난데다 스스로도 예언능력까지 가지게된 막강한 프로그램이다. 자신과 본질적으로 같은 스미스의 행동을 미리 알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프로그램인 스미스가 현실의 인간을 지배하고 사람인 네오가 기계세상을 보는 이 장면들은 이미지와 실재는 구분되지 않는다는 영화의 주제를 아주 노골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사실 1편 초반에서부터 네오가 가지고있던 시뮬라시옹 표지를 통해 대놓고 보여줬었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은 현실의 전쟁이면서 동시에 매트릭스의 전쟁이었고 둘은 함께 종식되어 균형을 찾거나 아니면 모두가 함께 멸망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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