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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1
    heretic 2020. 12. 2. 07:01

    감각은 사고를 속박한다.

    개는 땅바닥을 훑고다니며 후천적으로 근시가 된다. 가까운 사물의 변화에 즉각 반응해야 생존에 유리하다. 따라서 복잡한 인과나 긴 호흡의 사건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고도의 훈련도 단순한 보상체계에 기반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물론 개처럼 단순하지않다. 하지만 생활의 제약은 결국 내게 같은 습성을 요구한다. 관계는 단순해지고 내면도 고정된 틀에 수렴해간다. 분류할 수 없는 속성은 배제해가면서. 마침내 나는 이름없는 객체가 되고 또다시 잊혀질 것이다.

    호접지몽을 꾸었다. 아니, 꿈에서 깨었지만 나는 여전히 나비이다. 나비는 종으로서 기억될 뿐이다.

    결국 나 역시 개들처럼 거세된 삶을 살아야하는 것일까.

    아침이 되고 문이 열렸다. 눈부심 속에서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나긋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비야, 이제 중성화 들어가야지”

    웬일로 어제 비싼 간식을 주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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