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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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4heretic 2020. 12. 2. 06:54
꽤 오래전 클래식기타를 전공한 음악가를 만난 일이 있다. 조용히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그의 인상은 약간 어눌하고 겸손해보였지만, 실제로 그는 자기분야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음악에 대한 그의 고민에 대해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드럼이나 피아노처럼 손동작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은 중력에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하지만 기타의 핑거링은 중력에 반하여 아래에서 위로 뜯기때문에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연주의 딜레마가 있었다. 순리에 반하는 동작을 취하면서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음악이었다. 예술가는 곧 철학가이고 작품에 자신의 사상을 녹여낸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진정 예술가였다. 그를 다시 만난다면 꼭 해주고싶은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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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heretic 2020. 12. 2. 06:54
환인의 아들 웅이 땅에 뜻을 두어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신시라 이름붙였다. 인간의 360여가지 일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니 이가 환웅천왕이다. 어느날 곰 한마리와 호랑이 한마리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빌자 환웅은 마늘과 쑥을 주며 ”너희들이 이것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다. 곰은 이것을 받아먹고 삼칠일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늘은 고양이과동물에게 용혈성빈혈, 점막손상, 오심, 구토, 설사, 무력증, 복통 등의 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무지가 고양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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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분양에 대한 생각heretic 2018. 1. 26. 14:58
지지난 초겨울, 한 캣맘이 유기견을 데려왔다. 길냥이들 사료를 먹고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열살은 넘어보였는데 양쪽눈 모두 백내장이 진행중이었고 모든 치아의 마모가 심했으며 무릎이 좋지않아 보행자세가 불안했다. 사진에 보듯이 전신탈모와 피모불량이 심했다. 유기견 생활을 오래 했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발바닥 패드가 부드럽고 얼굴털이 깨끗했다. 집을 나온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검사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되었다. 갑상선과 같은 호르몬기관의 문제는 탈모와 피부변성을 유발한다. 배 정중앙에 큰 흉터 또한 발견되었다. 개복수술 자국으로 보이는데, 절개선이 크고 비틀려있으며 봉합의 간격과 길이도 일정치 않다. 피부절개를 지그재그로 했다기보다는 봉합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저런 흉터가 남았을 것으로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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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타heretic 2011. 9. 29. 01:44
저의 22살을 돌이켜보면 말이죠. 저는 참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름의 밴드도 했었고요. 그저 내 말이 정답이야!라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만 설득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통념 상 허용되는 것은 나이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는 대단한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끄러움이 더 많아진 이유는 뭘까요. 변명거리를 충분히 많들어놓지 않아서인가요. 그저 스스로 더 왜소해져서인가요. 이만큼 자란 나는 많이 당당할 수 있어~라고 항상 말하는 자신은 사실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얻은 것이 하나도 없는 나는 여전히 현재를 살고있는 과거의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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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고향heretic 2011. 9. 18. 15:26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남원에 갔다. 전에는 서울에서 남원까지 길이 막히지 않아도 5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이번엔 3시간 반정도만에 도착했다. 도로사정도 좋아졌고 새로 생긴 전주-순천간 고속도로 덕분이기도 했다. 갈수록 세상이 작아지는 것만 같다. 어렸을 때 서울에 한번 가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차 안에서 버텨야했던 기억도 난다. 연휴 동안 집에서 한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만화책 보고, 자전거 타고 시내를 돌아다닌 게 전부다. 아, 인터넷도 빼놓을 수 없지. 하루 아침 무심코 모니터창에 지도를 띄웠다. 내가 있는 남원을 중심으로 지도가 나타났다. 아하, 어릴 적 자주 갔던 곳 구경이나 해볼까. 맨 먼저 외가가 있던 동네를 찾아보았다. 남원시내에서 좀 떨어진 시골마을이다. 정식 이름은 대곡리이지만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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