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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신인 없음
    heretic 2009. 6. 23. 00:48
    가끔씩 보고싶은데 그렇다고 미칠듯이 그리운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아쉬워. 나도 그랬듯이 당신이 나를 생각했었다고 믿고있어. 당신은 뭐든 드러내고싶어하지만 사실 그 반대라고 생각해. 아주 조금만 힌트를 주며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다고 봐야겠지. 그건 당신의 삶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서로가 마음을 여는 데 서툴렀던 것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선문답같았던 우리의 대화가 그 무엇보다도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단지 피질에서 머무르다 사라질 가벼운 이야기들만은 아니었지. 아직 당신의 무게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유일거야. 모두가 잊혀지더라도 당신은 남아있을거야.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가깝게 지냈지. 당신은 자유롭고 싶어 어디로든 가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당신에게 그다지 무의미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우리는 쉽게 가까워지고 쉽게 멀어졌기때문에 아쉬운 거지만 앞으로 볼 수 없더라도 상처는 남기지 않을거야. 마음은 물리적인 공간과 무관하니까 . 우리는 단지 거리에서 만나고 거리에서 헤어질 뿐이었지만 내 혀끝을 간지럽히던 새로운 즐거움들을 나는 잊지못할거야. 미칠 수 있었지. 시간의 길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누가 보아도 나는 바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나는 더이상 변하지 않으려나보다. 나는 매우 서투른 사람이고 당신 또한 그렇지. 지금도 그럴 거라 생각해. 당신은 순수하잖아. 어떤 소설에 나오는 괴물은 영혼을 빨아들여서 더이상 생각할 수 없는, 단지 숨쉬고 움직이는 사람을 만든다고 해. 나는 지금 그 괴물 안에 살고 있는 느낌인데 붙들 수 있는 무엇 하나도 없는 상황이네. 내가 조금만 더 순수했더라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일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지금 힘들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삶이 점점 무의미해져가기 때문일거야. 그에 익숙해지는 대가로 영혼을 조금씩 지불하는 것이고. 지금은 다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맑은 공기가 불어들어와서 묵은 찌꺼기들을 다 털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있는 것인지 조금씩 죽어가고있는 것인지 모르겠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지라도.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다는 식의 사설로 자기도 이해못할 애매하고도 뻔한 대답을 원하지는 않아. 사실 나의 유일한 고민은 당신의 부재니까. 모든 것의 시작이군. 당신 전까지, 그리고 당신 이후로. 사람은 단 한명만을 가지게 되어있는데 당신이 없는 나는 앞으로 혼자일거야. 오늘 비가 많이 와서 한가해진 덕에 이런 생각도 해보게되네. 비 덕분에 내 가슴도 조금은 물을 머금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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